내가 만난 개발자들은 나를 포함해서 욕심이 많지 않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야망덩어리나 영웅주의 혹은 한탕주의에 사로잡힌 개발자를 나는 거의 못 본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적지 않은 내 주위의 개발자는 창업을 한번씩은 고민해본다. 어떤 이유때문일까?
- 자기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자기 자존심을 걸고 멋진 제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 크게 성공할 자신만의 사업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 직장인으로써의 삶이 불만이거나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 큰 욕심없이 자유로운, 즐기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1,2, 3번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는데, 생각보다 4번의 이유로 창업을 하는 개발자도 적지 않았다.
개발자는 생산수단을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즉, 그들의 공장은 현실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장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큰 욕심이 없다면 자신의 공장을 무한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운영하기 보다는 최대한 자유롭고 즐겁게 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4번의 이유로 창업하는 개발자는 스타트업 창업보다는 프리랜서의 삶이 현실적이다. 스타트업은 수직 상승의 성장을 꿈꾸고 실험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던 원치않던 입에 단내가 날만큼 자신이 보유한 공장을 최대치로 돌릴 수 밖에 없다.
나는 3번의 이유도 매우 컸다. 15년을 대기업에서 용케 지냈지만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부속품같은 회사 생활은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연차가 높아지면서 점점 조직 내에서도 권한이 생기기는 하였으나 중간관리자의 자리는 오히려 더 고달픈 자리이다. 그렇다. 주도적인 삶에 대한 갈증이 무엇보다 간절했다. 취미 생활, 블로그나 개발자 커뮤니티등의 활동이 이런 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었지만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직장생활을 보다 주도적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위의 4가지 이유 말고 한가지가 더 있다. 어쩌면 더 근본적인 이유인 것 같다. 나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창업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지켜야할 가족이 있고 지금 몸담고 있는 직장이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창업을 하면 안되는 100가지 이유를 적어본다.
하지만 이내 100가지 이유를 넘어서는 반드시 창업해야할 가슴뛰는 이유 때문에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개발자의 창업 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이 거기서 시작한다. 가슴이 뛰기 때문에.
내가 창업을 결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멘토님을 뵈었을 때 그 분은 조용히 밥을 사주시며 응원만 해주셨다. 그당시 나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았고 준비도 하나도 안되서 고생길이 훤히 보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 될 거라고 응원만 해주셨다. 나는 그 분이 정말 현명한 대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창업의 문턱을 넘고 있는 자기만의 이유에 가슴 뛰고 있는 창업자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에게 하지 않아야할 100가지 이유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해야만 할 가슴뛰는 한가지 이유 그것이 결국 창업자를 만든다.
그러니 당신이 어떤 이유로 인해 창업을 결심하던, 그 결정에 너무 많은 Risk가 존재하더라도 일단 창업을 시작하기를 권한다. 창업에 적당한 시기는 없다. 늦을 수록 손해이다. 차라리 빨리 실패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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